영어의 독식은 불공평하지만 인공언어라면 평등하지 않나요?
국제보조어를 만드는 동기 중 하나에 이러한 생각이 있습니다.
영어를 국제어로 정해 버리면 비영어권 사람에게 불리하고 불평등합니다.
자연언어를 국제어로 하면 반드시 불평등이 생겨납니다. 그렇다면 인공언어를 국제어로 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언어란 자연・인공을 불문하고 반드시 문화와 풍토로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인공언어도 특정 문화와 풍토를 배경으로 하지 않으면 만들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 문화권에 속하지 않는 사람에게 있어 불리하고 불평등해집니다.
예컨대 암소와 수소를 단어 수준에서 구별하는 것은 목축 문화가 배경에 있습니다.
쌀과 벼를 구별하는 것은 농경 문화가 배경에 있습니다.
모든 지역이 이들 문화권에 속하는 것은 아니므로 어떤 인공언어를 만들더라도 반드시 불평등은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언어만 인공언어로 하고 나머지는 각 민족의 문화와 풍토에 맞추어 언어를 사용하면 된다――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 상대방이 어느 문화권 출신인지 고려한 상태에서 대화하지 않으면 오해를 불러일으킵니다.
이쪽은 벼를 생각하고 말했는데 상대방은 쌀인 줄로 알아듣거나, 암소 이야기를 했는데 통틀어서 소로 알아듣는 등의 오해가 발생합니다.
또 늑대는 일본에서는 고고함 등의 상징이지만 서양에서는 일반적으로 악합니다.
이 상징도 문화에서 비롯되었으며 민족마다 다릅니다.
일본인 화자가 ‘그는 한 마리 늑대이다’라고 말했을 때 순순히 서양인은 기뻐할까요? 아마 No일 것입니다.
언어만 하나로 묶고 나머지는 개개의 문화와 풍토를 반영하도록 허용해 버리면 이러한 오해를 낳을 우려가 있으며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이래서는 자기가 말하고 싶은 바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상대방이나 자신의 문화를 전제로 언어를 사용하게 됩니다.
그 전제가 된 문화가 서양의 것이라면 우리가 언어를 운용하기 불리해질 것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인공언어라면 평등한 국제어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은 잘못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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