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 (C) 2011 인공언어학연구회 All Rights Reserved.
Contents Menu
초급편
서문
인공언어란
언어를 만드는 법
응용편
속 인공언어
인공언어Q&A
고도인 만드는 법
회고록
부록
독서 안내
인공언어학연구회
레토르트 인공언어
“소설이나 게임이나 만화에 현장감을 부여하기 위해 인공언어나 가공언어를 만들고 싶다. 그런데 언어학이나 어학 지식이 없음녀 만들 수 없는 걸까?” ――그렇지 않습니다! 전문 지식이 없어도 언어를 만들 수는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 실례를 소개합니다. ●『Final Fantasy X』 알베도어 이것은 일본어를 개조한 것입니다. ‘오야지’는 ‘토타기’라고 합니다. 아행→타행, 야행→타행, 자행→가행으로 바꾸기만 했을 뿐입니다. 가나를 규칙적으로 교체하기만 한 가장 간단한 부류의 인공언어입니다. 단어도 문법도 문자도 음도 모두 일본어이므로 짧은 시간 내에 만들 수 있습니다. 발음도 완전히 일본어라 최소한의 노력으로 가능합니다. ●『Tales of Eternia』 멜닉스어 멜닉스어는 메르디라는 캐릭터의 언어로 영어를 개조한 것입니다. 알파벳 A에서 Z까지의 26글자에 각각 가나 1글자를 할당했습니다. 예컨대 A는 ‘에’, B는 ‘부’, Y는 ‘야’, E는 ‘은’, S는 ‘스’. 따라서 Yes(예)라고 말할 때는 얀스라고 합니다. 단어는 모두 영어이므로 26글자의 가나 대응표가 있으면 뭐든지 표현할 수 있습니다. 멜닉스어는 독자적인 문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알베도어보다 인공언어로서는 정교합니다. 참고로 멜닉스어는 영어를 바탕으로 하였으나 알파벳을 가나로 변환하기 때문에 발음은 일본어입니다. ●『ICO』 요르다어 요르다어라는 명칭은 게임 중에 나오지 않지만 달리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게임에서는 요르다와 퀸 2명밖에 사용하지 않습니다. 요르다어도 일본어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거꾸로 읽기입니다. 먼저 ‘さよなら’를 로마자로 바꾸어 "sayonara"로 합니다. 이것을 거꾸로 읽어 "aranoyas"로 합니다. 단 여기서 끝나지 않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실제 요르다어는 뒤집은 단어를 더욱 줄였습니다. "aranoyas"의 사이를 깎아서 "arn oys"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식으로 사이를 깎는지가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과, 애당초 요르다어의 등장 횟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요르다어는 수수께끼가 많습니다. 이처럼 일본어나 영어 등의 익숙한 언어를 사용해서 간단하게 레토르트 인공언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요르다어와 닮았지만 일본어의 가나를 거꾸로 읽기만 해도 인공언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예컨대 ‘君’는 ‘ミキ’처럼 말이죠. ‘来い’는 ‘イコ’가 되어 어쩐지 요르다어를 방불케 합니다. ‘デーモン’은 ‘ンモーデ’. 은으로 시작되는 단어가 생기기 때문에 약간 이국적인 느낌을 낼 수 있습니다. ●『포천 퀘스트』의 주문 주인공 중에 마법사 소녀 루미가 있습니다. 그녀가 외우는 주문 중 몇몇은 일본어의 거꾸로 읽기입니다. ‘ヨメダヤチイゴウモテシタイタイデンロコガンサマルーダ’는 적을 멈추게 하는 스톱의 주문입니다. 거꾸로 읽으면 의미를 가진 일본어가 됩니다. 필자는 중1 때 암기하고 있었습니다(웃음) 그런데 원본이 일본어라 금방 들켜서 재미없다면 약간 양념을 쳐 봅시다. 멜닉스어와 같은 방법으로 독일어 알파벳에 가나를 대입하면 독일어를 바탕으로 한 인공언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사전에서 단어나 예문을 찾아서 알파벳에 가나를 대입하면 되기 때문에 원본은 핀란드어든 노르웨이어든 괜찮습니다. 이런 언어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대단히 적기 때문에 금방 원본을 파악당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 어떻습니까? 언어학을 몰라도 인공언어는 손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요는 아이디어에 달린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런 비판이 들려올 것 같습니다. “결국은 어딘가에 있는 말을 써서 그냥 암호를 만드는 거잖아. 내 소설은 이세계 판타지란 말이야. 일본어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인데 일본어를 바탕으로 한 언어가 있는 건 편의주의이고, 그렇게 되면 세계관을 망칠 거야.“ 과연 일리가 있습니다. 지금 소개한 레토르트 인공언어는 단어・음・문법・문자 모두 빌려온 것입니다. 이래서는 독창성이 결여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중에서 빌리기를 그만둔다면 어느 것일까요. 가장 간단한 것은 문자입니다. 멜닉스어가 그렇듯 독자적인 문자를 만듭시다. 그것만으로도 분위기는 꽤 납니다. 이 시점에서 남이 봐도 판독할 수 없게 되므로 척 보기에도 이세계의 언어입니다. 문자만으로는 모자라신가요? 그렇다면 단어를 적당히 만들어 봅시다. ‘감사합니다’나 ‘안녕히 가세요’와 같은 자주 쓰는 말만 오리지널로 만들어 버리는 겁니다. 요르다어도 ‘감사합니다’는 어떻게 해도 거꾸로 읽기가 안 되고 ‘노노모리’라고 들립니다. 이것은 혹 오리지널 단어인지도 모릅니다. 자주 쓰는 단어는 소설 속에서 몇 번이나 등장합니다. 게다가 그것이 독자적인 문자로 쓰여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분위기가 나는 법입니다. 한편 음과 문법은 언어학 지식이 없으면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음에 관해서는 지식뿐만 아니라 발음 훈련도 필요합니다. 음도 문법도 오리지널로 하고 싶다면 아무래도 언어학적 지식이 필요하게 됩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지 않을까요. 언어를 창조하는 것은 상상하는 것보다 어려운 작업입니다. 폭넓은 지식도 필요해집니다. 먼저 레토르트 언어를 몇 개 만들어 봅시다. 그래도 불만감을 느낀다면 그때 인공언어의 더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되는 것입니다. 그때는 언어학과 어학 지식도 다소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또 에스페란토라는 전통적인 인공언어와도 만날 것입니다. 독창성을 추구하다 보면 어디까지 가게 될까요? 먼저 단어・음・문법・문자 모두 오리지널인 단계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그 세계의 풍토와 문화까지 오리지널로 만들게 됩니다. 단 그것은 금방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은 레토르트 인공언어를 만들어 봅시다. 거기서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서서히 스텝을 밟아 가면 되는 것입니다. 자신이 만들어내는 세계에 어느 정도의 독창성을 부여할지는 제작자인 당신의 손에 달렸습니다. 레토르트이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제작자가 어느 수준에서 납득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