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환상
애당초 자비로 출판한 언어가 인터넷상의 언어보다 격이 높다는 것은 출판환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공언어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대단히 적은데다가 서점의 서가는 항상 출판사 끼리 뺏고 빼앗기기 때문에 자비 출판한 책 따위는 거의 놓을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책을 펴내기보다는 인터넷으로 공개하는 편이 훨씬 더 손님을 많이 끌어모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보급한다는 의미에서는 책이 인터넷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은 고리타분한 생각이며, 출판사의 후광을 과대평가한 환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서히 인터넷이 더 효과적인 도구로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시대는 그런 방향으로 움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전자출판이 보급됨에 따라 더욱 그러한 경향은 강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책을 펴내는 의미는 없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출판물은 국회도서관에 납본되어 ISBN이나 JAN코드가 부여되고 언제 누가 뭐라고 발언했는지가 증거로 남습니다.
인공언어사를 새긴다고 해도 인공언어 기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인터넷상에서 발언하더라도 역사를 새기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런데 출판물을 펴냄으로써 언제 누가 뭐라고 했는지가 국가에 의해 보증받기 때문에 내용 및 판권장이 자동으로 역사를 기록해 주는 것입니다.
출판물이 갖는 이러한 공적인 힘은 여전히 쇠퇴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이 효력은 계속 유지될 것입니다.
출판환상을 이해한 다음 출판물의 효력을 이해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