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은 고귀한 색인가
색은 상징을 갖습니다. 예컨대 파란색은 ‘미숙’을 나타내고 보라색은 ‘고귀’를 나타냅니다.
하지만 색이 갖는 상징은 언어나 문화에 따라 다릅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파란색이 미숙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인공언어에서 색을 만들 때는 색마다 독특한 상징을 부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색이 나타내는 상징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예컨대 어떤 인공언어에 보라색을 의미하는 단어가 있다고 합시다. 그리고 고귀한 색에 보라색을 적용한다고 합시다.
이때 어째서 이 언어에서 보라색이 고귀한 색이 되었는지를 제대로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어의 관위 십이계제를 참고하기만 했을 뿐이라면 신선함이 부족하겠죠.
아포스테리오리 문화라면 그래도 좋지만 아프리오리 문화일 경우에는 오리지널의 근거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과학적으로 파의 장단이 사람에게 고귀함을 느끼게 한다면 그걸로 정답을 삼으면 될 것입니다. 즉 사람의 눈은 어째선가 보라색 파장에 고귀함을 느낀다는 이론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기껏해야 빨강은 파랑보다 따뜻함을 느끼는 등의 한정적인 부분에서밖에 인류는 색에 대해 인상을 공유하지 않습니다.
과학적으로 고귀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면 제로에서부터 만드는 아프리오리 인공문화로서는 무엇을 참고하여 보라색을 고귀하다고 해야 할까요?
여기서 풍토적인 생각을 해 봅니다. 애당초 보라색 염료는 어떻게 얻었을까요?
일본에서는 무라사키라는 식물의 뿌리로부터 만들었습니다. ‘떼지어 피다(群れて咲く)’라서 무라사키인 겁니다. 원래는 색깔의 이름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 무라사키라는 식물의 뿌리를 건조시켜 물과 잿물을 섞은 매염제를 자근색이라고 합니다.
이는 당시 일본에서는 대단히 값비쌌습니다. 따라서 고귀한 사람밖에 손에 넣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보라색이 고귀함을 나타내는 색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옛날 사람들은 어지간히 보라색을 얻고 싶었는지 남색과 소방으로 물들여서 가짜 보라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보라색에 관해서는 서양에서도 비슷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purple이라는 단어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뿔고동이라는 염료와 맞닥뜨립니다. 그런데 이 조개에서 얻을 수 있는 염료는 아주 소량입니다.
따라서 일본과 마찬가지로 보라색은 귀하고, 여기서 고귀한 색으로 정착되었습니다. 과학적인 근거가 아니라 염료로서의 비싼 값이 원인이었습니다.
어느 풍토에서 보라색 염료가 이러한 풀이나 조개밖에 없다면 그 문화에서도 보라색은 고귀함의 상징이 되기 쉬울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그것이 언어에도 영향을 미쳐 ‘보라색은 고귀한 색’이라는 표현으로 구현화되는 것입니다.
번거롭지만 언어가 의존하는 문화나 풍토는 이렇게 하나씩 고찰해 가야 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보라색은 꼭 인류 공통의 고귀한 색인 것은 아닙니다. 보라색 염료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풍토에서는 고귀함의 상징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실제로 세계에는 고귀한 색이 보라색이 아닌 문화도 있습니다.
예컨대 카스트 제도 초기에는 바루나라는 4종류의 신분이 있었습니다. 고위인 바라문은 하얀색이고 4번째인 수드라가 검은색입니다. 이 문화권에서는 하얀색이 고귀한 색이 됩니다.
바라문이 하얀색이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리아인이 선주민보다 피부가 희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어떤 인공언어에서 고귀한 색을 정하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문화적・풍토적 근거도 정했다고 합시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습니다.
언어는 변화하기 때문에 역사적인 고찰도 포함해야 합니다. 만약 보라색이 고귀한 색이라 하더라도 시대를 거쳐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빈다.
예컨대 중국에서는 현재 황제의 색은 노란색입니다. 물론 문란한 색이기도 합니다만.
하지만 옛날에 황제의 색은 보라색이었습니다. 황제의 집은 ‘자금성’이라고 하지요. 저것은 천제가 극북의 자미단이라는 별과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색의 상징은 한번 정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예를 들어 봅시다.
서양에서는 파란색이 고귀한 색으로 바뀌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보라색을 채취하기 위한 조개가 씨가 말랐기 때문에 그 대신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이 경우 멸종이라는 이유로 고귀한 색이 바뀐 것입니다. 이것도 역사에 의한 상징의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한번 만들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징은 변화는 법입니다.
변하는 것은 색의 상징뿐만이 아닙니다. 문화적인 온갖 사항이 시간과 함께 변화되어 갑니다.
물론 그에 따라서 언어도 변화되어 갑니다. 인공언어 제작자는 이 점들을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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