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
어휘란 그 언어가 가진 모든 단어의 집합을 뜻합니다.
‘단어’라는 말의 어려운 버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휘를 만드는 것이 인공언어 최대의 관문입니다.
가장 귀찮고 절대로 피해갈 수 없는 부분입니다.
어휘는 아포스테리오리(자연언어에서 단어 등을 빌려오는 언어)일 경우 임의의 언어에서 따오면 되겠습니다.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라틴어나 그리스어나 한자를 참고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 방법이라면 편하게 어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인공문화가 있는 경우의 어휘
한편 인공문화를 전제로 할 경우 2가지 패턴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지구상의 어딘가에 인공문화를 만들 경우입니다.
예컨대 프랑스 근처에 가공의 국가를 만들어서 독자적인 문화를 창조하는 등의 케이스입니다.
이 경우 주변국들(독일이나 프랑스)로부터 어휘를 도입하는 것이 그 문화의 역사로 보아 당연합니다.
이러한 케이스에서는 예컨대 개를 마음대로 oma라고 명명하는 것은 부자연스럽습니다.
역사적으로 생각해서 라틴계의 canis나 게르만계의 Hund 같은 어형을 참고로 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또 하나는 이세계를 상정할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제로에서부터 언어를 만들기 때문에 어휘도 제로에서부터 만들게 됩니다. 참고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여기서 어떻게 단어를 만들면 되는가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제로에서부터 어휘를 만드는 방법
방법 중 하나로 그 언어의 음상징(音象徵)을 설정하는 것이 있습니다. 음상징이란 음에 의미를 부여한 것을 말합니다.
예컨대 ‘피라는 음은 날카로운 것처럼 들리니까 바늘이나 장미 같이 날카로운 것은 ’피 어쩌고‘로 하자’――이런 것이 음상징을 이용한 조어입니다.
단 같은 음상징을 갖는 단어는 의미도 뜻도 닮게 되므로 들을 때 혼란을 초래합니다.
날카로운 것에 모두 ‘피’음이 붙으면 날카로운 것 A와 날카로운 것 B를 구별하기가 어렵겠지요.
따라서 잘못 듣는 일이 없도록 적당히 어형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어가 만들어지면 나머지 어휘는 어떻게 만들까?
기본어가 만들어지면 어휘는 합성어로 만드는 것이 좋겠습니다.
프랑스어처럼 합성어를 기피하는 언어는 사전을 찾기 어렵습니다.
프랑스어로 ‘감자’는 pomme de terre(땅의 사과)라고 합니다. 3단어로 하나의 개념입니다. pomme만 찾아도 ‘사과’라고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이래서는 사전을 찾기가 어렵겠지요.
독일어는 복합어가 많기 때문에 그 점에서는 사전을 찾기 쉽습니다.
하지만 독일어도 분리동사에 관해서는 사전을 찾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umschreiben(고쳐쓰다)를 문장 속에서 쓸 때는 Ich schreibe es um.과 같이 합니다. 접두사 um이 분리되어 문장 끝에 와 있습니다.
독일어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반드시 schreibe~로 사전을 찾겠지요. 이렇게 되면 umschreiben에는 도달할 수 없습니다. (요즘 사전은 친절하기 때문에 유도해 주기도 합니다만)
그러므로 독일어의 분리동사나 영어의 구동사는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전을 찾기가 어려워집니다.
이러한 이유로 어휘는 합성어로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방법에도 단점이 있습니다. 합성어는 단어가 장대해지기 쉽습니다.
일본어는 아무리 길어져도 한자가 있어서 별 거 아니지만 알파벳은 옆으로 길기 때문에 독일어 등의 긴 단어는 그야말로 난리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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