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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언어를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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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 우열의 차이는 존재하는가

고 치노 에이이치는 언어에 우열이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그는 학문적으로라기보다 주관적・감정적으로 주장했던 경향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언어학자와 마찬가지로 필자는 언어에 우열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열의 기준을 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합리적인가 비합리적인가로 논의를 한정시킨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확실히 합리적인 편이 우수한 것처럼 보입니다.
‘보다’라는 동사가 이상하게 긴 어형이라면 힘들 것이고, 반대로 너무 짧아도 알아들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균형잡힌 간결함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로는 균형잡힌 합리적인 언어라는 것은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프랑스어에는 명사에 성이 있지만 그 번거로움에 걸맞은 만큼의 메리트는 없습니다. 영어와 마찬가지로 성을 없애 버려도 전혀 문제될 게 없을 것입니다. 확실히 그 점에서는 비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고, 열등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인공언어를 만드는 사람은 명사에 성을 부여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에스페란토에서도 명사의 성은 사상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자연언어에서도 마찬가지로 인공성이 높은 피진이 될수록 성은 상실됩니다.

그렇다면 그것만으로 일본어가 프랑스어보다 우수한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예컨대 일본어는 네이티브도 완벽히 구사하지 못하는 한자라는 문자를 대량으로 사용합니다. 또한 용언의 복잡한 활용이나 종조사에 의한 복잡한 뉘앙스 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건에 관해서는 단 26글자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영어나 프랑스어가 더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령 우열을 합리성에서 찾는다 한들 언어에는 각각 내세우는 포인트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도 종합적인 우열은 판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부분적으로는 우열을 가릴 수 있다 하더라도 도대체 용언의 활용과 명사의 성 중에 어느 쪽이 비중이 큰가 하는 것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결국 종합적인 우열은 잴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언어의 우열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단 이는 어디까지나 자연언어의 이야기입니다. 치노 에이이치도 인공언어는 시야에 넣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자, 인공언어는 어떨까요. 우열은 있을까요?

자연언어의 경우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만큼의 어휘가 제대로 있습니다. 그러나 인공언어의 경우는 아닙니다.
완성도가 낮은 걸음마 단계의 언어와 에스페란토를 비교했을 때 과연 서로 간에 우열의 차이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자연언어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평가 기준이 인공언어에서는 생깁니다. 그것은 바로 완성도입니다.

자연언어의 네이티브는 단어의 어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본어의 어법을 체득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후줄근하다와 힘없다는 거의 같은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왜 ‘후줄근한 옷’이라고는 하는데 ‘힘없는 옷’이라고는 할 수 없는 걸까요?
우리는 후자가 안 된 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왜 안 되는지까지는 모릅니다. 안 되는 이유는 언어학자밖에 모릅니다. 이상하지요.
학자가 끙끙대며 생각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어법이 언어에는 많이 있고, 또 그 이유를 모르는 일반인이 올바르게 언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언어의 신기한 점입니다.

인공언어에도 어법이 있지만 자연언어와 달리 ‘이유는 모르지만 왠지 그렇게 자라 왔으니까 그렇게 외우고 있다’는 논리는 통하지 않습니다.
인공언어의 경우 어법도 제로에서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즉 어휘뿐만 아니라 어법에도 완성도가 있다는 뜻입니다.
어법이 정해져 있지 않은――즉 단어라는 도구의 설명서가 없는――언어는 과연 실용성이 있을까요? 사람들은 잘 연마된 언어가 더 뛰어나다고 판단할 것입니다.

완성도는 어휘나 어법뿐만이 아닙니다. 통사론, 형태론, 음운론, 화용론, 나아가서는 배경이 되는 문화와 풍토의 정교함.
이것들 모두가 인공언어의 우열을 결정하는 판단 기준이 됩니다.

필자는 자연언어의 우열에 대해서는 부정적입니다. 종합적인 우열을 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공언어에 관해서는 자연언어와 달리 완성도라는 판단 기준이 들어가기 때문에 우열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견해는 다수의 상식과 일치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컨대 오늘 막 만들기 시작한 언어가 에스페란토와 대등한 평가를 주위 사람들로부터 얻으리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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