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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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온입니다’와 ‘나 시온’과 ‘난 시온이다’는 꽤 인상이 다르지만 영어로 하면 모두 “I am Shion"이란 말이야.
영어는 내용을 전달하기에는 간편하지만 캐릭터의 특징을 전달하는 점에 관해서는 표현력이 적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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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특징이 전달되기 어려운 느낌이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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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본 만화의 영어판을 보다 보면 느껴.
일본어로는 ‘본인은 XX이올시다’라고 말하기만 해도 ‘아아, 사무라이인가 뭔가겠구나’하고 알 수 있는데 말야.
이런 건 아르카에서는 어떻게 되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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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위상이네.
말하는 사람의 성별이나 신분 등에 따라서 사용하는 말이 얼마나 다른지는 언어에 따라 제각각이야.
아르카의 경우 일본어만큼, 경우에 따라서는 일본어 이상으로 세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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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사에서 했었지만 아르카는 ‘와타시(私)’나 ‘오레(俺)’나 ‘보쿠(僕)’같은 게 12종류나 있어.
‘본좌’같은 건 없으니까 총수는 일본어보다 적을지도. 다만 아르카의 경우 12종류가 모두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게 특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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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일본어에서도 일상적으로 쓰이는 건 기껏해야 ‘오레’나 ‘와타시’나 ‘보쿠’ 정도니까.
그렇게 놓고 보면 12종류는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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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에 해당하는 것은 ami와 men인데, ami는 지적이고 차분한 남성이 쓰는 이미지고 men은 어린 남자아이가 쓰는 이미지야.
마찬가지로 ‘오레’에 해당하는 것은 der와 dai인데, der는 강하고 씩씩한 남성이 쓰는 이미지고, dai는……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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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말하자면 일진이지.
여자의 경우도 같아. 레인은 자기를 non이라고 해. 내 경우는 noel이고. 하지만 까진 애들은 gan이라고 해. 그런 식으로 12종류나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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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력은 있지만 그렇게까지 가면 외우기가 힘들겠네(^-^;
물론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네이티브는 자연스럽게 외우게 되는 거겠지만.
그런데 ‘~이오’같은 노인 말투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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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단 대사가 아니라 문말순사를 써.
‘~이다’를 의미하는 문말순사는 보통 da라고 해. 내 경우는 이걸 deel이라고 하지만 어르신의 경우는 dya라고 하셔.
다만 실제로는 그다지 쓰지 않는 것 같아. 약간 소설 같은 말투지. 일본어에서도 진짜로 ‘~이오’라고 말하는 어르신은 별로 안 계시잖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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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myu 같은 문말순사도 있지. 고양이의 어조를 흉내낸 것으로 깜찍한 말투를 만들어.
뭐랄까 아르바자드 사람은 언어의 논리성에만 그치지 않고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좋아하는 민족인 것 같아.
난 창피해서 myu라고는 하지 않지만 레인은 어려 보이니까 어울릴지도♪(* ̄ω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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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린애 아니다뮤! (o≧口≦)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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